ARTWA Note

ARTWA Artist - 디황 03

2000년대 중 후반부터 디황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것들을 무덤으로 넣으려는 시도를 했다.

<Beksiński, 무제, 캔버스에 유화,1984>

<Beksiński, 무제, 연필 드로잉, 1965>

그의 첫 시도는 작품 ‘벡진스키(Beksiński)’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폴란드 출신 작가 벡진스키(Zdzisław Beksiński)는 디황 작가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벡진스키가 표현한 초현실적인 세상의 종말, 높이 쌓인 해골들로 뒤덮인 광활한 풍경, 그로테스크한 드로잉 등, 디황은 벡진스키가 창조한 환상적인 어둠의 세계를 동경했다. 그러나 디황은 서서히 ‘반이상향적 초현실주의’(Dystopian Surrealism)에서 뚜렷한 존재를 보여준 벡진스키로부터 영향받은 자신을 지우기 시작한다. 벡진스키의 세계는 벡진스키가 창조한 세계였고 이를 동경하였던 디황 본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은 디황에게 있어예술가로서의 존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던 2005년 백진스키는 본인이 살던 아파트에서 19살 청소년에게 수십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다. 이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디황은 작품명 ‘벡진스키(Beksiński)’를 만들고 그와 작별한다. 

<D Hwang, Beksiński, 혼합재료, 2005>

또한, 작가 자신의 과거로부터 알을 깨고 나오고자 극도로 염증을 느낀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어 내면으로의 여행(inner vacation)을 하였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서 ‘알을 깨고 나온다’의 표현은 독일의 소설가 헤르멘 헤세(Hermann Hesse)의 저서 ‘데미안’(Demian)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은 기존 규범과 결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내용을 소설의 인물을 통하여 보여준다.디황은 그만큼 헤르만 헤세의 ‘나’를 찾아가는 길에 동의하였기에 그의 작가명 디황의 ‘D’는 ‘데미안’(Demian)에서 차용하였다.

작가가 예술가로서의 이러한 행보를 걸었던 2000년대는 ‘자아성찰’, ‘이너피스’(inner peace)와 같은 키워드가 유행했던 시기이다. 인간은 내면의 평화와 나를 되찾으려는 폭발적인 열망을 갖게 되는데 급변하는 사회에서 목격되는 부정적인 면에 대하여 개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히고 있었고 한국은 국민의 20%가 업무상 과로가 주요 원인으로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많은 국가가 경제의 발전으로 기본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 정신적 여유는 없어지고 행복 수준이 더 나아지지는않아 보였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의 저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에 따르면 인터넷과 과학의 발달은 사람의 삶의 균형을 깨트리고 깊은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자아를 잃어갈 것이라는 불편한 미래를 예측하였고 이는 사실로 증명되었다.   

 디황작가는 2014년 공개된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자신을 외부와 차단하고 홀로 독존(獨存) 하는 모습을 소개하였다. 희망을 외부로부터 찾으려는 인간,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스템등으로부터 떨어져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은 내가 던지는 내면의 질문들에 결코 궁극의 해답을 주지 못했다."

 

-text by D Hwang

<캔버스에 유화, 2010>

좌에서 우: Friedrich Nietzsche, Kahlil Gibran, Eckhart Tolle, Rainer Maria Rilke, Hermann Hesse, Jiddu Krishnamurti, Osho Rajneesh, UG Krishnamurti

그는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는 일환으로 영향을 받았던 7명의 철학자의 초상화를 그리고 완성된 작품 표면에 다른 색을 덮음으로써 그들로부터 영향 받았던 시기에 대한 작별을 고한다. 위의 작품들은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 시리즈의 일부분이다.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은 일본의 ‘무묘앙에오’가 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존재성에 집중하고 완벽히 내가 되는 방법은 오로지 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무가 되었을 때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삶은 무엇이고, 그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과 직면하는 것이 혼자 남겨진 독존(獨存)이라 말하던 디황에게 무묘앙에요의 글은 작품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필연성을 부여했다.

20대부터 바이크를 몰며 여러번 큰 사고를 당한 디황은 속도를 느끼는 흥분과 함께 정 반대 지점의  생사 경계를 경험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찾는 길은 절대고독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 과정은 지금의 작품언어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Text by 이선주

*무묘앙에오(無明庵回小, 1957~1994): 일본에서 태어나 인문, 교육작가이자 철학자였던 그는 종교에 입문하거나 절을 짓거나 제자도 들이지 않고 자신의 거처를 '무명암(無明庵)'이라 이름 짓고 찾아오는 소수의 사람들만 만났으며, 특유의 독설과 날카로우면서 서정적인 필치로 다수의 책을 펴냈다. 지은 책으로 <폐허의 붓다들>, <속 폐허의 붓다들>, <경련하면 읽는 정신세계>,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 <폐허의 붓다들 외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