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Note
ARTWA Artist - 디황 05

<D Hwang, Old man in hospital bed, oil on canvas, 2016, 162x130cm>
지금까지 디황 작가의 작업 배경과 그가 사회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수년 동안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짚어보았다. 또한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보여주려 하는 주제와 디황 작가가 표현한 회화적 실험이 맞닿아 있는 지점도 살펴보았다.
그는 스스로를 고립한 상태에서 모든 것으로부터 관조적인 삶을 선택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가로등조차 희미하여 밤이 되면 철저하게 ‘나’와 직면하게 되는 곳에서 디황은 작업과 생활을 동시에 하고 있다. 지금의 그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확인하기 위한 회화, 영상, 시나리오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있다.
1970년대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이라는 용어의 출현과 함께 순수미술은 경계가 허물어졌고 그 어떤 이즘으로도 구분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수 세기 동안 존재하던 미술의 핵심인 심미적 기능은 더 이상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현상은 인상파 이후 망막에 비치는 시각예술(Retinal art) 그 이상의 가치를 작품에서 발견하고자 노력했던 뒤샹(Marcel Duchamp)이 세계 미술계를 뒤흔들며 출발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순수미술의 정의는 주로 심미성과 지적 가치를 목적으로 하며 회화, 조각, 드로잉 등과 같은 시각예술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의미있음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미술은 수많은 트릭과 기만과 위선의 가면에서 벗어나고 과도한 개념에서 벗어나 다시 가슴으로 회귀해야 한다. 비평은 최소화해야 하며 그 비평은 시가 되어야 한다. – D Hwang
그의 작품은 구상, 추상 구분하지 않고 작품을 ‘창조’하는 그 순간의 지점이 중요하다고 하다. 완전하게 색면추상과 같은 모습으로, 혹은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극사실로 그 지점을 표현하는 것이 어느 누구는 변덕이라 말하겠지만 디황은 한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유니버설(Universal)하게 통용되는 삶의 지점 앞에서 개인이 처해있는 사회적 환경과 물질적 풍요와 빈곤의 상태에 따른 심리적 변화에는 상관없이 작품 앞에서 잠시 주변을 벗어나 진정한 나를 직면할 수 있는 순간과 만난다.
디황의 자아성찰과 진리의 탐구는 인간사회의 환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는 근원적으로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기에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도 모른다. 그는 사회구조 및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진 불평등이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현대사회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잃고 기계의 부품으로써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삶에 빠져들기 쉽다. 이러한 ‘중독된 삶’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디황은 ‘죽음’이란 모두가 공평하게 한 번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며 죽음 이후에는 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사람들은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그들이 직면한 강력한 경험을 통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거의 삶에서 독이 되었던 부분들은 쉽사리 정리하고 경쾌한 삶의 자세로 인생을 재정비한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디황의 작품을 통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디황은 죽음을 매개로 희망을 제시한다. ■
- text by 이선주

<D Hwang. Zde am 3:26-1. oil on canvas. 2012. 130 X 161.5 cm>
<D Hwang. Zde am 3:26-10. oil on canvas. 2012. 130 X 161.5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