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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A Note

ARTWA Artist - 이갑철 03 

다음은 이갑철의 1985~1990년까지 작업한 ‘타인의 땅’시리즈에 대한 내용이다.

‘타인의 땅’은 독재 정치와 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80년대 혼란의 시기를 주관적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이 시대의 혼돈과 사회 구성원간의 이질감을 극명하게 투사하며 그만의 사진 스타일을 확고히 하는 중요한 결과물이다.

1958년에 출판된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사진집 『미국인들(The Americans)』이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서 사진이 담아내는 보편적 진실의 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뚜렷해진다는 것을 깨달었다. 내가 해야 할 작업이 무엇인지 그때 알게된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내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나만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싶었다. 한 시대의 보편적 진실이 ‘나’라는 매개체를 통과하며 사진 속에 담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것이 『타인의 땅』의 시작이었다. 나의 땅도 우리의 땅도 아닌 ‘타인의 땅’이라는 제목은, 격변하는 삶의 배경에 스미지 못한 개인들의 이물감에 대한 술어(述語)이다. 그것은 가깝게는 나 자신에 관한 독백이고, 내 주변, 또는 한국사회로까지 확장되는 술어이기도 하다. – 이갑철

Parade - Hoboken, New Jersey, 1955

© Robert Frank, from The Americans

‘타인의 땅’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회상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갑철 한 개인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직 그만의 느낌으로 표출된 현실이다. 작가는 일상의 직관만이 시대의 감성을 가장 잘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진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죽으면 죽으리라 다짐하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젊은 날 고향을 떠나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면서 그와 처지가 비슷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어쩌면 누구나 자유와 행복을 누려야 하는 땅이 아니라 멀게만 느껴지는 ‘타인의 땅’임을 느꼈을 것이다. 실례로 아래의 사진은 ‘타인의 땅’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다. 잠자리도 확실하지 않았던 시기에 초대받은 친구의 집에서 그는 낯선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60평이 넘는 아파트에서 골프 연습하는 아버지와 샤워를 하는 친구의 모습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질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서울, 1986

대부분의 사진은 인물의 얼굴을 제외시키고 뒷모습만 찍거나 인체가 잘려 나간 것처럼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는 사진 속 프레임 안의 완전하지 않은 간헐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불편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러한 그만의 사진 스타일은 타자에게 화면 속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한다. 따라서 감상자가 상상력을 더하여 그 모든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기록된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면 이갑철은 여기에 타자가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1988년 11월, 이갑철은 결혼식과 전시회를 동시에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전시 오픈날 미술관 마당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다. 198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자신의 삶에 투영시키며 치열하게 작업한 ‘타인의 땅’은 수많은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소개되었다.

 

할수록 어려운 것이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조금 안다고 느끼게 되면서 더욱 막막하고, 더욱 괴로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 현실이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무엇이며, ‘시대의 현실’이란 무엇일까? 이 두 가지의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어떻게 아픔 없이 해명하며, 극복할 수 있을까?. 철학은 긴 사설만 늘어놓고, 예술은 시끄럽게 소란스럽기만 합니다. 나에게 꿈속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문밖의 소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타인의 땅’에서 뜻을 잃고 오고 가는 나그네들이 아닐까요? 정말 나의 가슴을 두드리고, 나의 피부를 쓰리게 하는 사진은 무엇인지? 이 번민이 계속되는 한 나의 사진은 방황을 멈추는 날까지 계속되는 숙명이겠지요. - 이갑철

‘타인의 땅’_ 신촌, 서울, 1987

경기도 성남, 1989

서울, 1987

다음은 그의 사진 인생의 분수령인 ‘충돌과 반동’ 작품을 소개한다. ■

​Text by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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