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Note

ARTWA Artist - 이갑철 04  

내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나를 본 그 시각으로 찍은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한 부분인 정한이나 신명, 끈질긴 생명력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_ 이갑철

좌: 풍어제. 영덕. 1990 / 우: 영혼을 보내는 날_아버지의 49제. 산청. 1996

2002년 당시 금호미술관에서는 ‘충돌과 반동’이라는 희귀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이 사진계에 큰 파장을 안기고 있었다. 소개된 27점은 모두 흑백 사진으로 완벽하게 다큐멘터리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는 예술 장르의 벽이 해체된 기념비적인 전시로 기록되었다.

1988년 ‘타인의 땅’ 전시 이후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동, 경주, 하동, 남원등 전국을 신들린 사람처럼 유랑하면서 그의 이성이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감각으로 순간의 느낌, 찰나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별신굿을 찍으러 동해에 갔을 때 ‘아! 이거구나. 이것이 내가 찾던 길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 찰나(刹那)에 담긴 모습을 계기로 <충돌과 반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다녀온 곳 지명도 모른다. 그 곳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친해지기도 싫다.’라고 말하는 작가에게서 고집스러움과 자신이 사진이 주최가 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남들이 보는 곳을 보지 않고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지점을 스쳐 지나치듯이 포착하는 방식으로 한국인의 정체성 또는 한국적인 다양한 양상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인 ‘기록’을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엄청난 일을 작가는 <충돌과 반동>으로 해냈다.

이갑철 사진의 독특한 표현 방법인 흔들림, 불안정한 구도, 초점이 나간 흐릿함, 강한 콘트라스트로 인하여 거칠어진 입자는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Straight Photography)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법이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필연적으로 드러난 그만의 사진 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정통 사진 (Straight Photography) : 사진의 본래적인 표현을 강조하여 연출이나 필름의 수정, 인화과정에서의 회화적인 특수 표현 등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사진을 독자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가진 순수예술이 되도록 이끌었던 사진적 경향을 말한다.

<충돌과 반동>

해탈을 꿈꾸며 1 -위좌: 상원사, 1998  / 해탈을 꿈꾸며 2 – 위우: 해인사, 1993

해탈을 꿈꾸며 3 – 아래좌: 승주, 1996 / 해탈을 꿈꾸며 4 – 아래우: 경주, 1993

한국인의 심층에는 샤머니즘적 요소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들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삶과 죽음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영혼이 존재할까? 등의 질문에 이갑철은 묵묵히 사진을 통해서 대답한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신들린 사람들의 모습이나 기이한 풍경들은 마치 초현실적인 요소들로 현실과 분리되어 보이면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모습과도 닿아있다.

불가능은 어쩌면 이렇게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은 담을 수 없지만 그는 바로 보이는 것을 통하여 그것을 획득했다. 채집하듯이 사냥하는 이갑철의 사진은 세계적일 수 밖에 없다. ◼

​Text By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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