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Note

ARTWA Artist - 전경선 01

오늘은 전경선 작가를 소개하는 첫 시작으로 조각이라는 장르 속의 '여성 조각'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의 뮤즈로 널리 알려진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은 19세기 최고의 여류 조각가이다. 까미유 끌로델은 1883년부터 2년간 로댕의 제자였고, 1885년 그녀가 19세가 되던 해에 정식 조수로 채용되게 된다. 누구보다 조각에 열정적이고 끼와 재능이 있었던 그녀는 로댕의 모델이자 공동 제작자로 활동하게 된다. 그녀는 로댕의 대표 작품인 <지옥의 문 La Porte de l'Enfer>의 몇몇 조각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하며 로댕과 사랑을 나누며 함께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녀를 만난 뒤 로댕은 이전보다 더욱 사실주의적 조각들을 발표하면서 본인의 위치를 공고히 하였고, 까미유 끌로델도 조각가로서 서서히 명성을 얻어나갔다. 로댕의 명작 ‘키스(Le Baiser)’(1886)와 클로델 최고의 명작으로 프랑스 예술인 상을 수상한 ‘사쿤달라(Sakuntala)’(1888)는 이 시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낸 값진 예술적 결실이다.​ 

까미유 끌로델 <사쿤달라 (Sakuntala)> 1888년作

 

하지만 둘의 관계는 영원하지 않았다. 1892년 그녀는 로댕과 결별을 선언하고 독립해서 작품을 이어나가려 하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도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은 당시 19세기 후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강했던 시기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작품에는 로댕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는 평을 받았고, 스캔들을 두려워한 로댕이 끌로델의 작품 전시를 방해하면서 점점 그녀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로댕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 천재적인 여성 조각가는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는 바로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이다. 그녀의 대표작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거대한 청동 거미조각인 ‘마망(maman)’이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현명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의 어머니를 배신하고 영어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를 가슴 깊이 증오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러한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이 녹아있다.

부르주아는 대학 시절에는 기하학과 수학을 전공하였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인 불안의 해결법으로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체계에 끌려서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곧 수학적 관념이 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이론적 구조일 뿐임을 깨닫고 예술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어찌 보면 그녀는 작품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부르주아는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 Arts)와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미술을 공부하였다. 그녀를 가르쳤던 여러 화가들 중에서도 특히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는 부르주아에게 3차원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어 훗날 조각가가 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1938년 미술사학자인 로버트 골드워터(Robert Goldwater)와 결혼해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대부분의 활동을 미국에서 하게 된다. 그녀는 1940년대 말부터 기하학의 영향이 엿보이는 조각을 시작으로 1949년 뉴욕의 페리도 갤러리 (Peridot Gallery) 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 후 조각의 재료가 다양해지고 주제가 과감해진 1950년대와 60년대를 거쳐, 70년대에는 급속도로 부상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더욱 강렬하고 파격적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정점에 이른 1974년 작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가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아버지의 파괴 (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년作

 

까미유 끌로델과 루이스 부르주아는 나이로는 약 50여년 차이가 나는 작가이지만, 그녀들이 처한 환경은 전혀 달랐다. 까미유 끌로델은 비운의 조각가, 로댕의 뮤즈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고, 루이스 부르주아는 페미니즘의 조각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이 두 조각가를 통해서, 작가의 처해진 환경과 당대의 사회 문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까미유 끌로델처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강했던 시기나, 루이스 부르주아처럼 페미니즘의 열풍이 강렬했던 시기처럼, 작가의 의지뿐만 아니라 작가를 둘러싼 상황이 '여성'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회화적인 조각’이라는 작품세계를 구축한 전경선 작가의 작품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관점에서 소개하려 한다.  ■

Text by 김은지

전경선 <공존1> 2000년 作

전경선 <공존2> 2000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