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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A PICK]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01

15세기 유럽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힘은 과학, 철학, 예술 이렇게 서로 다른 세 분야가 융합하여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영향 받으며 쉼 없이 연구했다. 특히 이들은 한 건물 안에 각자의 연구실과 공용 자료 열람실, 도서관을 만들어 함께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헤벨리우스 (Johannes Hevelius) 의 연구소가 있었던 건축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400여년의 역사가 흐르면서 유럽인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특성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철학, 문학, 미술의 융합적 활동은 더욱 극적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프랑스의 ‘해시시 클럽 (Le Club des Hashischins)‘ 은 주목할 만하다. 이 클럽은 테오필 고티에 (Theophile Gautier) 와 쟈크 조셉 모로 (Jacques-Joseph Moreau) 가 '해시시 (hashhish: 대마초의 일종)' 를 의식 확장의 열쇠로 인식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곳에는 화가, 시인, 철학가, 문학가 등이 모여 ’창조 (Creative)’ 에 관한 혁신적인 토론과 교류를 통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말 그대로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클럽의 일원이었던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 의 ‘인공낙원 (Les paradis artificiels)' 을 예로 들 수 있다.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쟈크 조셉 모로 (Jacques-Joseph Moreau) 도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다음 세대의 미술가, 철학가, 문학가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곳을 향해 걸어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한번 들어간 사람은 결코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는 아마도 헤시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 의 <인공낙원 (Les paradis artificiels)> 표지

해시시 클럽 Le Club des Hashischins 의 멤버들

이들은 전문분야가 세분화되어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치중하여 몰두하는 한국의 현재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부정적 이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럽은 각자의 전문적인 길을 가더라도 한가지에만 치우치지 않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격변했던 현대사 속에서 ‘융합적 사고’가 자리할 수 있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만을 양성하려하는 교육 분위기와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수많은 ‘형식’과 ‘절차’가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융합적 사고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들어 트렌드처럼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은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려는 제각각의 목적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을 통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이제 막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라는 새로운 집단의 움직임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ARTWA에서는 이렇게 한국에서 움트기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크루’ 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지,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또는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한국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정도로 발전하게 될지는 시간이 흐르면 증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크리에이티브 크루’ 문화의 용어적 의미와 그 사용, 그리고 현상 (現狀)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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