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PICK]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02

April 19, 2017

 유아인과 스튜디오 콘크리트 (Studio Concrete) 멤버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Creative Group)’, ‘아티스트 레이블 (Artist Label)’ 등으로도 불리며, 아직 공식적으로 이러한 문화현상을 지칭하는 통용어는 없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Creative‘ 와 ‘아티스트 Artist’ 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모든 컨텐츠를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상업적 목적으로 설립되는 회사의 경우와는 상이하게 친목도모를 통해 자생적으로 생성·성장해가고 있다. 영국 AQR 연구소 (the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란 사회적 이슈, 사물과 움직임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이전 포스팅에 언급되었던 ‘헤시시 클럽 (Le Club des Hashischins)’ 과 매우 흡사한 형태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흔히 힙합 (Hip-Hop) 이나 스트릿 댄스 (Street Dance) 문화에서 방향성이 같은 이들이 함께 모여 팀으로 활동하는 데에서 사용되었던 크루 (Crew) 문화는, 패션계로 확장되면서, 포토그래퍼, 예술가, 기획자와 에디터는 물론 타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합류하여 그룹 내 멤버들이 급속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들은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 하나의 비지니스로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베트멍 (Vêtements)’과 국내의 아트 레이블 ‘‘스튜디오 콘크리트(Studio Concrete)' 를 들 수 있다.

 

 

베트멍 (Vêtements)의 2017 Fall 시즌 화보와 쇼룸 (뉴욕 Saks Fifth Avenue)

 

 

 

‘베트멍’은 2014년, 뎀나 바잘리아 (Demna Gvasalia) 를 필두로 7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프랑스 패션 브랜드이다. 바잘리아는 월터 반 베이렌통크 (Walter van Beirendonck)와 마르틴 마르지엘라 (Maison Martin Margiela), 루이비통 (Louis Vuitton) 에서 활약한 실력파 디자이너이다. 한 명의 헤드 디자이너가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주도하던 기존 패션 비즈니스 시스템을 타파하고, 아티스트들의 자율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며 시작된 베트멍은 패션위크를 위주로 활동을 하면서 2016년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집단 내 위계질서를 허물고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선보이는 개념적인 디자인들은 단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명품과 SPA 의류사업이 양극화 되어가는 시기에 그들은 소매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셔츠, 땅을 끌 정도의 오버사이즈 아우터 등 자신들만의 철학과 스타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실험적이면서도 우아함을 동시에 얻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시기인 2014년, 국내에서는 배우 유아인이 지인들과 함께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이름의 오픈형 복합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공동대표 2명을 포함하여 3명의 아티스트, 큐레이터, 에디토리얼 디렉터 등 모두 80년대 출생의 젊은 아티스트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는 현재까지 15회의 전시와 25회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총괄 디렉터인 유아인은 ‘예술’과 ‘대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으로 예술가가 ‘더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실현시키기 위해 이 공간을 기획하였다고 한다. 최근 이들은 ‘씨씨알티 에로우스페이스 (CCRT Aerospace)’ 라는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모토 (motto) 로 아트 프로젝트를 본격화 하였다.

 

 

 

 북한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크리트 건물_출처: 네이버 블로그 킁킁

스튜디오 콘크리트가 진행한 첫 이벤트 ‘톰 파티 (Tom Party)’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시 ‘SEOUL : Estranged City / 서울 : 낯선 집’

큰 인기를 끌었던 ‘장 줄리앙 (Jean Jullien )의 국내 첫 개인전 ‘Concrétisation’

_출처: 스튜디오 콘크리트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주도하고, 분야의 경계 없이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집단문화는 젊은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융합적 사고와 활동이 익숙한 서양 사회와 달리 한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꽤나 생소하고 신선하다. 각자의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던 기성 세대들의 활동 형태와는 달리 이들은 개인의 전문성을 키움과 동시에 서로의 능력을 공유하면서 집단의 능력을 창조해 낸다. <집단 창의성 발현을 위한 일터 무형식학습 환경 설계에 관한 연구 (이신우, 2017)>에 따르면, 창의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개인보다는 집단에서 더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혼자서는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함께 공유함으로써 창의적 시너지를 낸다고 한다. 크리에이터들의 집단 문화는 이제 순수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적극 영입함으로써, 디자인 영역을 넘어 순수예술 장르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이들은 기획, 구성, 실행과 홍보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더불어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들에 대한 관심도는 창의적인 예술가들과 20, 30대 대중들 사이에서 소위 ‘힙 (Hip)**’ 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장 되어가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현상의 확장성과 영향력을 단순히 유행 정도로 단정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다음 시간부터는 이러한 창작 집단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힙 (Hip): 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은 혹은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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