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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A PICK]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03 - HOBAC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와 같은 집단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시대의 대표적인 ‘크리에이티브 크루’ 와 그들의 활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영국의 대표적인 ‘HOBAC (The House of Beauty and Culture)’은 1980년대 후반, 런던 클럽 씬의 중심부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티브 집단으로 이들은 당시 영국 문화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될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구두 디자이너였던 존 무어 (John Moore) 는 런던 동쪽 킹스랜드 로드 (Kingsland Road) 주택가에서 발견한 빈 공간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작업실을 만들고, 공동 작업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였다. 당시에 함께 했던 이들로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주디 블레임 (Judy Blame),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네메스 (Christopher Nemeth) 와 리차드 토리 (Richard Torry), 듀오 가구 디자이너 프릭 앤 프랙 (Frick + Frack), 사진작가 마크 레본 (Mark Lebon)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HOBAC 의 핵심 인물이었던 데이브 베이비 (Dave Baby), 주디 블레임 (Judy Blame),

알란 맥도날드 (Alan Macdonald), 존 무어 (John Moore)의 모습

펑크 (Punk) 문화의 영향을 받은 HOBAC은 가공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하거나 천의 이음새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등 소재와 재료를 발견한 당시 상태 그대로 두거나 닥치는 대로 이어 붙여, 투박하고 엉성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들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대영제국의 붕괴를 애도하며 퇴락한 도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1980년대 달스턴 (Dalston) 지역과 영국 사회의 모습

이들이 활동하던 1980년대의 영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정치 · 사회적으로는 오랜 시간 정권을 쥐고있던 마가렛 대처 (Margaret Thatcher) 를 필두로 한 보수당이 위기를 맞았고, 이에 따른 노동 계층과 이민자들의 각종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인해 영국 내 28,935 개의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실업률이 급등했다. 말그대로 영원히 지지 않을 것만 같던 대영 제국의 태양이 처참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특히나 HOBAC의 스튜디오가 있던 런던의 이스트엔드 (East End) 지역은 완전한 황무지였다. 그들은 80년대 영국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 스튜디오를 ‘The House of Beauty and Culture’ 라 일컬으며, 각자가 가진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를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대처리즘 (Thatcherism) 1 과 대량생산에 대한 저항 운동, 에이즈 구제 등에 대한 생각을 세상에 하나뿐인 옷과 신발, 의자와 장신구들을 만들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회와 소통하고자 했다. 이들을 수식하는 단어들로는 ‘가공되지 않은’, ‘저차원의’, ‘반이상향의’, ‘남성적인’, ‘과격하고 급진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등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런던에서는 HOBAC처럼 새로운 미학적 개념을 제시하며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손수 만든 작품들을 선보이는 ‘크라프트 허브 (Craft Hub)’ 가 성황을 이루었으나 HOBAC은 자신들만의 패션 언어를 창조해 나갔으며, 런던 내 유명 클럽에서 탈공업주의2를 주창하는 파티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1980년대 탈공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국의 아티스트들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찾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극히 예술적이고 혁신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표현하였다. HOBAC 스튜디오는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 또 그 작업과 행위를 통해 기성 문화에 반하여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이었다.

런던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이스트엔드 지역의 모습.

오늘날 달스턴을 포함한 런던 이스트엔드는 젊은 티스트들의 성지이다.

HOBAC이 처음 터를 잡았던 ‘달스턴 (Dalston)’ 을 포함하는 이스트엔드 지역은 이후 영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해체주의적’인 디자인과 ‘그런지 (Grunge) 3 미학’을 발전시킨 이들의 활동은 후대 영국 패션과 예술 문화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HOBAC의 핵심 인물이었던 주디 블레임 (Judy Blam) 의 디자인적 방법론은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칠 만큼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포스트 핀과 단추, 코르트 등을 활용한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현재도 스타일리스트이자 커스텀 쥬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루이비통 (Louis Vuitton),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çons)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런던 ICA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에서 진행된 주디 블레임의 전시장 전경

앞서 언급되었던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주요 키워드는 '시대정신'이다. 또한 HOBAC과 베트멍 (Vêtements) 의 공통점이라면,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속해 있던 환경 속에서 발견한 부조리와 불안에 저항하며 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했다. 그리하여 혁신적이면서도 지극히 예술적인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회와 소통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크루를 통하여 크루 활동에 대한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1. 대처리즘 (Thatcherism): 1979년 총선거를 통해 집권한 대처 수상은 영국 경제 재생을 목표로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기업과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복지를 위한 공공 지출 삭감, 세금인하, 노동조합의 활동규제 등의 ‘머니터리즘 (monetarism)에 입각한 경제개혁을 추진하였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등의 경제적 성장에 있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으나, 보수당의 집권 말미에는 그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사회적 불안과 국민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이에 대한 폐해로 급격히 증가한 이혼률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당시에 10대를 보낸 세대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흡연·알코올 의존률이 높아졌다.

  2. 탈공업주의: 사회학적으로 ‘탈공업주의 사회’란, 제조업보다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이 경제적으로 더욱 가치 있어지는 단계를 의미한다.

  3. 그런지 (Grunge): 1980년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로 파생된 낡은 느낌을 주는 패션 스타일을 칭한다. 특정한 형식없이 여러 스타일을 융합하여 다양함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며, 대표적인 예로 낡은 니트와 찢어진 청바지, 그리고 닥더마틴 신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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