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PICK] 크리에이티브 크루 (Creative Crew) 04

July 8, 2017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크리에이티브 크루’, ‘크리에이티브 그룹’, ‘예술가 모임’ 등의 단어들을 검색하면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그룹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음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활발하게 활동을 유지하는 ‘크루’는 찾아보기 어렵다. 

 

‘크루 (Crew)’ 는 일반적으로 친목도모를 위한 사교 모임 또는 같은 지향점을 지닌 이들이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집단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위계질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나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레이블 (Label)’ 과는 전혀 다르게 구분된다. 

 

이러한 ‘크루’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 예를 들어 구성원이 자신의 창작활동 대부분을 크루 활동에 의존하거나 크루 전체가 처음 모임의 의도와는 다른 이윤 추구와 인지도 향상에  집착하게 된다면 모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 어렵게 된다.  

개성이 강한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했을 때에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또 다른 형태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장점이 크다. 이와 같은 예술가들의 활동은 긍정적인 문화적 움직임의 한 형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 각자가 본인의 창작활동과 크루 활동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크루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다며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크루’ 와 ‘기업’의 차이점은 뮤지션 ‘G-dragon (지드래곤)’ 의 문화 활동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인 그가 만드는 음악은 발매와 동시에 음악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그가 하는 어떤 스타일과 패션 아이템이든 공개됨과 동시에 완판이 된다. 지드래곤은 그야말로 이 시대의 ‘문화 아이콘’ 이다. 그런 그가 2016년 10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스타일리스트 지은과 함께 ‘peaceminusone (피스마이너스원)’ 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첫 번째 라인업을 공개하였다. 당시 출시되었던 ‘롱스트랩 볼캡’은 모자의 뒤편에 달린 60cm의 긴 스트랩이 특징으로, 24만 원 선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 며칠 만에 품절이 되었으며, 현재는 개인 매물거래가가 40만원을 웃돌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올 초에 공개한 버킷햇 또한 출시 몇 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하며, 지드래곤 뿐만 아니라 ‘peaceminusone’ 또한 판매와 동시에 유행을 만들어버리는 패션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peaceminusone'의 '롱스트랩 볼캡'

 

‘peaceminusone’ 은 평화로운(Peace) 유토피아적 세계와 결핍 (Minus) 된 현실 세계를 잇는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 (One)’ 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여러 매체를 통하여 지드래곤은 ‘peaceminusone’ 을 또 다른 자아로 소개한 바 있다. 실제 이들의 로고 또한 평화를 의미하는 로고에서 오른쪽 선 하나를 뺀 것과 모양이 같다. 이러한 형태는 기업의 형태와 닮아있다. 

 위_평화를 의미하는 로고

아래_'peaceminusone' 의 로고 

 

 

그에 반해 지드래곤이 최근에 자신과 지인들의 SNS 계정을 통해 ‘+82 (pluseighttwo)’ 를 공개하였다. ‘+82’ 는 최근 그가 지인들과 함께 만든 아티스트 크루다. 

가수 CL 과 패션 브랜드 ‘99% IS’의 디자이너 바로우, 파리에서 활동하는 유명 포토그래퍼 크리스티나 백 (Christina Paik)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DJ와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한다. 멤버 대부분이 일본, 프랑스, 뉴욕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 태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대한민국의 국가번호인 ‘+82’ 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업도, 레이블도 아닌 친분에 의해 모였기에 크루에 대한 어떠한 홍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각자가 지닌 막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그들에게 엄청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작년 6월에는 글로벌 상업 갤러리 ’페로탱 갤러리 (Galerie Perrotin)’ 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카우스 (KAWS)’ 의 개인전 오프닝에 ‘+82’ 멤버들이 참여하였으며, 이태원 소재의 유명 클럽에서 애프터 파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82'의 멤버들

 

지드래곤에게 있어 ‘peaceminusone’ 은 이윤을 고려해야만 하는 하나의 사업이다. 그러나 ‘+82’ 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실력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비상업적 친목 모임이다. ‘+82’ 의 구성원들은 각자가 자신의 필드에서 프로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82’ 는 지인들과 함께 진솔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들을 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일 것이다.

다른 크루들의 활동보다 이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82’ 의 활동이 크루 문화의 근본적인 의미와 그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제시하는 크루의 의미와 형태가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창작자 개인이 나아가야하는 방향과 그룹이 나아가야하는 방향성이 언제나 일치할 수는 없다. 바로 이 부분이 구성원들 간에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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