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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20세기 미술품 수집을 처음 알린 컬렉터 그룹이 있다. 미술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컬렉션 하는 호사가들이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취미 활동이 아닌 신진 작가를 눈여겨보면서 그들의 작품을 컬렉션 하는 후원자들의 그룹이다. 명칭은 ‘곰가죽 컬렉터 클럽’으로 장 드 라 퐁텐의 우화 ‘곰과 두 친구’에서 비롯되었다. 곰 가죽 값을 선불로 받고 사냥을 떠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무모한 여행을 삼가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무명작가의 그림을 가지고 후원하는 회원들을 무모한 모험에 비유한 것이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미술에 대한 사랑과 장기간의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후원한다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 확신한 것이다. 1904년 한 자리에 모인 ‘곰가죽 클럽’회원들은 정확히 10년 뒤인 1914년 3월 2일 10년간 수집한 작품을 파리의 드루오 경매장에 내놓았다. 대부분 30대 초반 젊은이들로 구성된 클럽 회원들은 작품 구입 기간을 10년으로 약속하고, 개인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혼자보다는 여럿이 예산을 합하여 힘 있게 작품을 구입했다. 처음 구성한 13명이 그 기간 동안 한명도 탈퇴하지 않고 목표를 이룬 것 또한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지금의 미술품 클라우드 펀딩이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목한 작가는 마티스, 피카소, 폴 고갱, 폴 시냑, 마리 로랑생, 모리스 위트릴로 등으로 다양한 성격을 지닌 작가들이었고 선택된 작가들은 다른 예술가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으며 더욱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곰가죽 클럽’의 관심을 받는 작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 미술애호가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갤러리를 통해 이루어진 거래의 형태를 경매를 통해서 투명하게 가격을 노출하고 그들의 소장한 작품들을 한 곳에 집중시켜 수집한 작가들을 홍보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 시장에 컬렉터 그룹을 알리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필자가 이 지점에서 확신하는 것은 앞서가는 ‘컬렉터의 안목’이 결국 미래에 가치 있게 평가되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사례이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지금, 현대 미술시장은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했는가? 예술을 창조하는 나라는 프랑스 중심의 유럽이었고 예술을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이었던 시대는 이제 과거가 되었다. 예술의 창조와 소비는 같은 곳에서 또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200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중국과 중동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현대미술의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미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컬렉터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 줄 수 있는 아트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레리 가고시안, 찰스 사치, 시몬 드 퓨리 등이 컬렉터들의 시야를 확장 시켰다면 이제 누가 컬렉터들의 눈이 될 것인가? 현재 아트 컨설턴트는 딜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큐레이터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가 가장 필요한 것과 바라는 것을 감지하여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또한 큐레이터와 작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그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는 - 작가를 지지하고 - 후원할 수 있는 자본가를 연결시키며 - 작품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큐레이터의 역량이 확장 된다는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임을 많은 후배 큐레이터와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연삼 작품

이갑철 작품

김명규 작품

전경선 작품

고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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