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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ARTWA

이충엽 개인전

전시작가 ▶ 이충엽
전시일정 ▶ 2017. 05. 09 ~ 2017. 05. 18

전시장소 ▶ Space ARTWA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60길, 49 대원빌딩 본관 3층)
관람시간 ▶ 월~토 Open 10:00 ~ Close 18: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전시문의 ▶ 02-774-7747  

작가노트

지금 이 순간 붉은 피 한 방울이 세상에 번집니다. 또렷해집니다.

새하얀 세면대 위로 떨어지는 붉은 코피가 투명한 물에 번져나갈 때 그 순간 모든 세포에 바람이 불며 모든 것이 명징해 집니다.

 

미약한 개인으로서 세상을 관조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할 때 비로소 명징한 지혜가 꿈틀거립니다. 그래요, 지혜란 본능의 혼란과 맹목적인 광기 속에서 얻어지는 자각인 듯 합니다. 텅 빈 작업실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머리에 바다를 키우고 가슴에 바다를 채웁니다. 망망대해 작은 섬 위에 스스로 홀로 남겨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홀로 있음은 자폐와 고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기 안에 실존의 뿌리를 확고하게 내린 사람이 오히려 온전하게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고독의 심연에서 새로운 존재에 대한 열망이 잉태되고 그것을 통해 작품이 탄생되면서 예술이 되며 진실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삶의 진실이 항상 희망찬 것은 아니겠지요. 분명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할 거에요. 그러나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진실을 바라볼 때, 그 붓끝에서 창조된 작품은 구원을 받는다고 믿어요. 비록 나 자신은 구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래요. 나는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통해 인성의 어둠을 폭로하면서도 인간이 가지는 내면의 빛, 인간의 무의식을 비추는 시선을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요. 진실한 시선을 찾아내기 위해 실체를 실체로 잔인하도록 직시하고 그 시선을 통해 나는 예술가로서 자아를 인식하고 싶어요. 이 자아의식이야 말로 현대인이 기대고 있는 마지막 정신적 지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예술이 정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신탁 (神託) 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신학이나 철학으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도 않지요. 예술의 정신이 자코메티의 앙상한 작품처럼 빈곤해지더라도 세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시선만큼은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나 오늘날 현대미술은 이런 질의의 시선조차 잃어 버린지 오래되었지요. 비루하고 낡은 시대에 나는 예술을 정신의 피난처로 삼아, 나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만족을 구하는 것이 이 시대에 보편화된 상품화·물화에 대한 예술가의 저항이라 생각해요.

예술을 예술 아닌 것으로 바꾸어놓고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르거나, 예술이 아니었던 것을 예술이라고 명명하며 새로운 것만이 남는 해체된 예술이 난무하는 시절에 어쩌면 나는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는 예술가가 되는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르지요. 나는 이 시대에 유행이 교체되고 교차되는 혁명의 구호만 남은 예술사적 관념을 수용하지 않은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요? 내가 하는 예술적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때로는 예술이 어떤 문제에도 답을 주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안다 하더라도 아는 대로 행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런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해 보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의 예술작품 속에서 새로운 느낌과 인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발견한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그리하여 진실을 바라보는 나(我)가 발견된다면 마음의 깊이는 공감의 넓이로 변환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믿어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섬과 섬 사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가 교차되지 않는다 하여도 예술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에만 갇혀있는 사람들 사이를 소통 가능케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예술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삶의 증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은 이것을 매개로 든든한 사회적 유대를 생성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예술은 스스로 존엄해져야 하며, 스스로 권위를 가지게 되며, 스스로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것이 예술적 소통이며 아름다운 선전이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붓을 들기 전, 가슴이 바다로 채워지지 않으면 물 한 방울 그리기가 힘들어요. 스스로 홀로 남겨 유폐된 새하얀 공간에서 어둠을 바라보고 있어요. 어둠을 본다는 건 빛을 갖는다는 것이겠죠. 마치 내 밖이 있어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미끈하고 당당하게 자라고 싶어, 하늘을 닮고 싶어 나무처럼 자라던 고뇌는 눈물이 됩니다. 세상의 눈물이 그 모든 걸 품어 바다가 됩니다. 매일 바다만 자라납니다. 깊고 푸르게...

이충엽 ZEUS 162x130cm, oil on canvas 2017

이충엽 GATEKEEPER 162x130cm, oil on canvas 2017

이충엽162x130cm, oil on canvas 2017

이충엽 Chess.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13-2014

이충엽 갈증162x130cm oil on canvas 2016 

이충엽

심연 속 미미한 존재들, 갈망으로 가득한 존재들. 나는 그런 존재들을 좋아한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풍경을 사랑하며, 머리속에서 춤추는 존재들을 사랑한다. 

공간속에 파묻힌 그림이 아닌 공간을 지배하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원 이후에도 나의 작품은 언제나 새로운것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공간과 사고를  지배할것이다. 

나는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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