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빈

 

 

유윤빈의 작품에서 전통은 어떤 특정한 시간대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작품은 전통에 내재해 있는 시간성을 분석적으로 때로는 종합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이때 전통은 고정된 기법이 아니라 작업하는 방식 속에 있다. 순지에 새겨진 철망의 요철무늬 역시 화면에 붙여가면서 다양하게 변형되기 때문에, 작품은 그리기와 만들기가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꼴라주는 작가가 전통 어법에 가한 새로움의 요소이다. 작가는 이 기법에 대해 ‘강렬한 요철 형태를 지닌 얇은 한지로 앞선 드로잉을 덮으며 꼴라주 하는 것은, 짜임(knitting)의 막을 이용하여 싸임 Wrapping 의 구조로서 표피를 형성하는 세포구조적인 요철 표현 Cellulate expression’라고 이름 붙인다. 이를 통해 ‘한지(韓紙)와 수묵(水墨)을 이용한 강약의 표현은 형태면에서 한지가 가진 섬유질의 특성을 활용하여 화면 속의 부정형 不定形 의 질감을 형성’한다. 꼴라주를 통해 야기된 촉각적 느낌은 그려진 것들을 앞으로 당겨온다. 촉각은 시각보다는 더 원초적인 감각이다.

유윤빈의 작품에서 촉각을 자극하는 꼴라주는 특정 대상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펼쳐지곤 한다. 그것은 촉각의 편재성을 강조한다. 다이앤 애커먼은 [감각의 박물관]에서 다른 감각은 특정 감각 기관에 집중되지만 촉각은 온몸에 다 퍼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이앤 애커먼은 [사이언스]지를 인용하면서,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는 감각이며 대개 마지막에 소멸한다. 눈이 우리를 배신한 뒤에도 오랫동안, 손은 세계를 전하는 일에 충실하다’고 전한다. 다이앤 애커먼은 촉각은 시각과 더불어 우리가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본다. 자기감각이란 넓은 범위에서 촉각, 즉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가와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도 촉각은 우리에게 생명은 깊이와 모양을 갖추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위와 같은 촉각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미학적인 연구의 맥락에서 보자면, 유윤빈의 작품에서 오래된 탑의 표면이나, 물고기의 비늘 같은 것으로 도드라져 나오게 하는 꼴라주의 기능은 조형적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자연에도 충실하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유윤빈 평론글 <만져지는 전통 (2017)> 원문 보기

 

탑, 현재를 이루어내는 고대미의 완성형으로서의 생명체

 

역사와 영원성을 품은 이 완전한 구조물의 매력에 세포의 군집 같이 일렁이는 한지의 질감을 더해서 운동감과 생명서을 부여하려 하였다.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인간의 이상향과 꿈과 소망을 대변하고 있는 탑을 바라보던 중,

문득 이미지를 포함한 모든 것들의 본질은 흉내낼 수는 있지만 끝내 확연히 밝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돌탑, 불탑, 성, 높이 쌓아올인 그 어떤 것들...

Pagoda건 Stupa건 Tower건

지금껏 내가 확연히 그 형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던 요소들을 일순간 무너뜨려 본다.

욕망, 기원, 바람, 증오, 희열, 우울, 기쁨이 범벅이 되어 높이 솟아 있으면서도 그 전체의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높이 쌓아올린 어떤 돌덩이들의 집합체들을 그려본다.

생명성이니, 역사성이니, 영원성이니 그런 고귀한 언어들로 그려보았던 마음 속의 고정된 허상을 무너뜨려 본다.

파괴의 과정에서 언뜻언뜻 실체 비슷한 것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의 꿈은 비닐 장막 저편에 존재한다.

나의 희망은 뿌연 막으로 가리워져 있다.

모든 것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어떤 것을 본 것 뿐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흐릿한 위막 사이로 보일듯 말듯 흔들리며 손짓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이 전부인양, 모든 것의 실체인양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존에 나타난 형상 위에 다시 무언가를 덮을 수 밖에 없다.

​- 유윤빈

탑매도 한지에 수묵담채 103x147cm 2011

단 한순간 One moment in time 캔버스에 수묵담채, 아크릴, 한지 콜라주 116.5x91cm 2017

탑의 인상 Series 한지에 수묵 185x98cm (each) 2004

탑의 인상 Series 한지에 수묵

COLLECTIONS

(재)가송재단(서울) / 환기미술관(서울) 외 다수

 

AWARDS

2017   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대상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2011   제31회 주목할 예술가상_미술부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SELECTED SOLO EXHIBITIONS

2015   유윤빈 초대전 - Tower (G 갤러리, 인천)

2015   유윤빈 개인전 “송하보월(松下步月)”_갤러리H 창작지원 선정작가전 (갤러리H, 서울)

2014   유윤빈 개인전 “솔바람_松韻”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2012   유윤빈 개인전 “탑을 스치는 바람” (공아트스페이스, 서울)

2011   유윤빈 개인전_塔의 印象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장소: 갤러리 라메르, 서울) 외 3회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17   광화문아트페스티벌 아시아 현대미술 청년작가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 서울)

2015   음풍농월: 사군자, 풍류에 물들다 展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2014   Hommage a Whanki Ⅱ_김환기를 기리다 (환기미술관, 서울)

2011   “여름생색”展 (후원: 가송재단, 기획 및 장소: 마이아트옥션, 공아트스페이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