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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A Note

ARTWA Artist - 김명규 02

김명규는 대학시절에 동양화를 전공하였다. 오늘은 김명규 작가가 언급한 중국을 대표하는 동양화 작가인 팔대산인, 석도, 이가염의 작품를 통해 동양화의 특징과 그들에게 영감을 받은 김명규의 초기 작업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동양화는 화폭에 전면적인 관찰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느낌이 크고 깊으며 생동하는 면을 선택하여 포착한다. 즉 전면에 등장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는 부분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공들여 표현하고 배경을 포함하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간략히 하거나 생략하여 여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것은 예술적으로 중요한 형상을 돋보이게 함은 물론 동시에 보는 이들에게 더욱 넓은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게 되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 이외에 표현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까지 작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동양화의 가장 큰 특징인 ‘여백’은 살아 있는 공간이며, 그 속에는 기(氣)가 순환하고 있다. 기의 순환은 생동감을 표현한다. 그림의 구도는 기의 순환을 막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기의 순환은 허와 실, 흑과 백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여백을 극대화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낸 작가는 ‘팔대산인(八大山人, 1625-1705)’이다. 팔대산인의 작품은 어떤 풍경에 구애 받지 않고 필세가 대담하고 자유 분방하여 근대적인 회화감각이 있다. 그의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여백의 균형과 수묵화 선(線)의 농담(濃淡)이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그는 상상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의경(意境)을 확대시켰다. 의경(意境)이란 문자 그대로 뜻이나 정(情)을 나타내는 ‘의(意)’와 실제로 보이는 ‘경치(景)’가 함께 어우러진 것을 말한다. 아래의 <어해도>는 화폭에 담은 것은 물고기뿐이지만 물고기가 헤엄치는 파도 까지를 보게 한다.

팔대산인 <꽃과 바위>

팔대산인 <어해도>

동양화의 또 다른 특징은 빛에 의한 명암의 표현보다 대상의 구조 묘사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수묵의 농담변화, 선의 가볍고 무거움, 휘어지고 구부러짐 등은 모두 물체의 조직구조를 표현 하기 위한 것이고, 밝고 어두운 처리는 단지 화면의 필요에 따라 리듬감과 부피감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팔대산인과 함께 명말청초 시기에 창조적인 화가로 주목 받은 석도(石濤, 1642~1707)는 자신의 회화사상을 정리한 <화어록(畵語錄)> 에서 산수화의 ‘경계를 나누는 것’을 제시하여, 화면을 ‘3개의 중첩과 2개의 단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른바 ’삼첩‘이라는 것은 1층에는 땅을, 2층에는 나무를, 3층에는 산을 그리는 것을 가리키며, ‘양단’이라는 것은 경치는 아래에 그리고 산은 위에 그리는 것이다.

석도 <황산팔경>                       석도<탁연려도>

동양화는 계속하여 발전을 거듭해왔고, 중국현대산수화의 대가인 이가염(李可染, 1907-1989)은 중국화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사실적 회화기법을 도입해 독창적인 산수화풍을 개척하였다. 이가염의 산수화는 웅장한 기상과 음악적인 리듬감, 단순한 구도와 강렬한 필묵이 특징이다. 단지 화면 속에 존재하는 관조적인 수묵산수가 아니라 생생한 현장감을 담은 생활 속의 산수로, 중국현대평단은 그의 산수화를 '이가산수(李家山水)'로 명명하여 새로운 유파로 인정했다.

이가염 <만산홍편>

이가염 <목우도>

김명규는 1994년에 <我>로 제5회 미술세계 대상전에서 대상을 차지하였다. 총 1,210개의 작품 중에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결정된 이 작품에 대하여 심사위원장인 박남재 화백은 “대부분 공모전에 참여하는 상당수의 젊은 작가들이 전년도 동향이나 대상수상작가의 경향 등 시류에 따라가는 병폐에 젖어 있는데 반해, 김명규의 작품은 작가의 특유의 독자성이 잘 간직되어 있다. 특히 공간해석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그 완성도가 높았으며, 젊은 작가로서 생명력과 추진력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라고 평가하였다.

이 작품에는 앞서 설명한 동양화의 특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팔대산인의 작품처럼 여백을 활용하여 집중도를 높였으며, 석조가 <화어록>에서 설명했던 ‘경계를 나누는 것’과 같이 앞과 뒤를 구분 짓고 농담을 통해 입체감을 살렸다. 또한 이가염의 <목우도>처럼 노인의 형상에 색을 넣어서 전체적인 리듬감을 주었다. 선대의 작품을 연구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과정은 수많은 연구와 실험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키는 방식을 체득하고 편견과 습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이 시기의 작가에게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확고히 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                                                                                                                                 Text by 김은지 

김명규, <我> 1994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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