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PICK]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 03 -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91

April 24, 2017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시기이기도 한 1980년대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노동개혁, 구조조정 등 정치, 경제적 혁신이 활발히 일어났던 영국 경제의 회복기였다. 이 시기 영국 미술계에서도 화제가되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1985년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를 오픈하여 미국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1988년 여름 골드스미스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던 데미안허스트 (Damien Hirst)는 친구들과 함께 졸업전 프리즈(Freeze)를 기획하였다.

 

반면, 1990년 터너 상은 후원기업 드렉셀(Drexel Burnham Lambert)의 갑작스런 도산으로 시상식을 못하고 다음 해 민영방송 채널4(Channel 4)가 후원사로 나서면서 겨우 위기를 넘기는 등, 굴곡이 많은 시기였다. 당면한 재정문제 이상으로 테이트의 고민은 터너 상을 어떻게 다른 어워드와 차별화할 것인가에 있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1990년 초, 터너 상은 앞으로 보다 젊은 신진작가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줄 것이라고 공표하였는데, 이때 선정된 첫 작가가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이다.

 

그는 1954년 봄베이에서 태어나 1973년 영국으로 이주하였다. 챌시미술학교(Chelsea School of Art)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8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하던 그는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되었고 ‘프리미우 두에밀라 상(Premio Duemila Prize)’을 수상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아니쉬 카푸어는 다음 해인 1991년 터너 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37세였던 그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작가들은 모두 28세였는데, (Ian Davenport, Fiona Rae, Rachel Whiteread) 젊은 신진작가를 시상하겠다던 테이트의 공식 입장표명과 달리 아니쉬카푸어를 선정하는 바람에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았던 기존의 수상작가들과는 달리 이제 막 세계 미술계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작가라는 점에서는 터너 상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 파빌리온에서 아니쉬카푸어(왼쪽에서 두번째)>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조각의 관념에서 벗어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하였다. 특히 1989년 처음 선보인 Void 은 비움과 채움, 물질과 비물질의 역설적인 조화를 독특한 물성과 색으로 표현하며 아니쉬 카푸어만의 독창성을 관람자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 당시 그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그의 배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작가가 말하려는 의미와는 다소 벗어난 ‘동서양의 조화’, ‘인도 전통의 재해석’ 등이 언론에서 주로 보도되었다.  

<오디오아트 Vol. 10, #4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

 

 

다행히 비엔날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36살이었던 아니쉬카푸어의 철학적 사유와 작품활동을 진지하게 다루었다. 앤디워홀, 요셉보이스, 오노요코 등 동시대미술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카세트로 출간하던 오디오아트(Audio Arts)에서 그를 취재하였는데, 디렉터 윌리엄 퍼롱(William Furlong)이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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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아니쉬카푸어 인터뷰 음성자료 <듣기> (출처: www.tate.org)

 

 “ 약 10여년간 많은 사람들은 나의 작가로서의 행보보다 배경(영국에서 태어난 인도)에 관심이 많이 쏠린 것 같고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나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를 뛰어넘기 위해 나는 지속적으로 싸울 것이다.

나의 작업에서는 장소성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일반화된 모습이 아닌 특정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를 원한다. 또한 많은 작업이 흐름과 관련이 되며 이는 장소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은 작품을 넘어 현존(presence) 을 논하였는데, 이 지점은 나의 작품철학과 함께한다.

 

설치된 나의 작품들간에는 어떤 관계가 만들어진다. 작품들은 빈 공간에서 형성되고 비어있음과 채움 사이를 연결하며 존재한다. 여기서 관계란 사물 간의 관계가 아닌 사물과 인간과의 관계로 해석한다.

 

나의 작품에는 작가의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수년 동안 표현주의(Expressionism)가 미술계를 휩쓸었는데 나는 이 사조에 동감하지 않는다. 작가들이 말하려는 정해진 지점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작품에는 작가와는 관계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나의 작품은 언제나 작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였고 이는 포스트 미니멀리즘(Post-minimalism)의 정신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Void Field, Anish Kapoor (1989)>

 

내가 말하는 ‘작품이란 사람이 그것을 바라볼 때 완성된다. (The work is completed by the person looking at it.)’의 의미는 작품에 나를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물성과 그 내제적 의미에 대한 연구와 작품활동 도중 나는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임을 발견하였다. 여기에서 채우는 것은 관람자만이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Madonna, Anish Kapoor(1989)>

 

색은 나의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조형요소이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이라는 양극의 관계를 말하고자 하는 작품철학과 맞닿는다. 공허함(Void)을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질적으로 실존하고 관람자가 경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색의 요소는 중요하다.

<It is Man, Anish Kapoor(1990)>

 

작품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마력이나 관람자를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힘은 보여지는 작품의 형태를 넘어 소재와 공간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 있는 ‘It is Man’ 은 단순히 잘려진 돌들이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 뚫린 구멍에 사람들은 이끌리고, 여기에 관람자가 당면하는 끝없는 어둠이 존재한다.

<A wing at the heart of things, Anish Kapoor(1990)>

 

여기 있는 작품들은 모두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극명히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가 드러나는데, 물질과 비물질, 그리고 재료의 물성을 바꾸어버리는 색(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하며, 돌의 무게의 성질을 잃게 만듬)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되는 요소들이 나의 작품철학에서 중요하다.

<the healing of St Thomas, Anish Kapoor(1990)>  <the incredulity of St Thomas, Caravaggio(1602), 부분>

 

카라바조의 작품 성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St Thomas)을 모티브로 제작된 the healing of St Thomas 작품에서 나는 의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원작에서 예수가 치유된 상처를 보여주는 모습에서 내가 느낀 여성성을 말하고자 하였다. 이는 치유가 되는 과정에서 변화하였을 정신적 변화가 핵심이다. 여기서 상처(wound)와 공허(void)라는 강력한 관계가 만들어 지는데 둘 다 성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다.

 

- Audio Arts Vol. 10 아니쉬카푸어 인터뷰 요약 및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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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터너상 포스터>

 

<터너 시상식 전시 설치 전경과 아니쉬 카푸어>

 

다음 주는 1993년 수상자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를 소개하고자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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